• 2025. 4. 13.

    by. emeraldbreeze

    고령 인구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면서, 노인 환자의 약물 복용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와 같은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은 약물의 대사와 배설이 느리고, 여러 질환으로 인해 복용하는 약의 종류가 많아져 약물 간 상호작용의 위험도 크다. 이 글에서는 노인에서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약물 종류와 각각의 작용기전, 대체 가능한 약물, 실제 임상 적용 시 주의할 점 등을 상세히 살펴본다.


    1. 항콜린성 약물(Anticholinergic drugs)

    항콜린성 약물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여 다양한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이다. 이 계열의 약물은 소화기계 진경제, 감기약,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요실금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중추신경계에서도 아세틸콜린은 기억력, 학습 능력, 주의 집중과 관련된 주요 신경전달물질이므로, 이를 차단하면 인지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노인에서 항콜린성 부작용(예: 혼돈, 섬망, 기억력 저하 등)이 특히 심하게 나타나며, 장기 복용 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항콜린성 약물로는 디펜히드라민(감기약, 수면제), 옥시부티닌(요실금 치료제), 아미트립틸린(삼환계 항우울제), 클로르프로마진(항정신병약) 등이 있으며, 이들 약물은 Beers Criteria에도 고위험 약물로 분류되어 있다.


    2. 벤조디아제핀계 약물(Benzodiazepines)

    불면증, 불안, 경련 등에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GABA 수용체 작용을 통해 진정, 이완, 항불안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 약물은 특히 고령자에서 인지 기능 저하, 졸림, 낙상, 섬망(delirium)을 유발할 수 있어 장기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특히 반감기가 긴 디아제팜(diazepam), 클로나제팜(clonazepam) 등은 체내 축적이 쉽게 일어나고, 대사 기능이 저하된 노인에서는 그 효과가 길어져 부작용이 두드러진다.

    또한, 벤조디아제핀은 단기 기억력에 영향을 주며,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 복용 시 치매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가급적 비약물적 치료(수면 위생 교육, 인지행동치료 등)를 우선 고려하고, 필요한 경우 단기간 사용 가능한 짧은 반감기의 로라제팜, 옥사제팜 등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3. 항우울제 중 삼환계(TCAs) 계열

    삼환계 항우울제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강한 항콜린성 작용과 진정 작용이 있어 노인에게는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 이미프라민(imipramine), 클로미프라민(clomipramine)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인지 기능 저하, 입마름, 변비, 기립성 저혈압, 시야 흐림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약물을 복용 중인 노인에게서 혼동, 기억력 저하가 발생했다면 해당 약물이 원인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대체 약물로는 SSRI 계열인 세르트랄린(sertraline),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 등을 고려할 수 있다.


    4. 항히스타민제 1세대(First-generation antihistamines)

    디펜히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등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진정, 졸림, 인지 저하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감기약이나 수면 보조제, 알레르기약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항콜린성 작용도 강해 혼돈이나 섬망, 낙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세대 항히스타민제(예: 로라타딘, 세티리진, 펙소페나딘)는 중추 침투가 적고 부작용이 적어 노인에게 보다 안전한 대안으로 권장된다.


    5. 파킨슨병 치료제

    레보도파(carbidopa/levodopa) 외에 도파민 작용제를 포함한 일부 파킨슨병 치료제(예: 브로모크립틴, 프라미펙솔)는 망상, 혼동, 환각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인지 기능 저하가 있는 고령 환자에서 더 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파킨슨병 자체가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치료제 사용 시 신중한 조절이 필요하다.

    노인에게 주의해야 할 약물 –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약물 목록

    6. 항정신병 약물(Antipsychotics)

    노인성 치매 환자의 공격성, 망상, 환각 등을 조절하기 위해 항정신병 약물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들 약물은 오히려 인지 저하, 졸림, 기립성 저혈압,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리스페리돈, 할로페리돌, 쿠에티아핀 등이 있으며, FDA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항정신병제 사용 시 사망률 증가 경고를 발령한 바 있다. 반드시 비약물적 중재가 우선이며, 약물 사용 시 최소 용량, 최소 기간 원칙을 지켜야 한다.


    7. 진통제 중 일부 마약성 진통제(Opioids)

    코데인, 모르핀, 옥시코돈 등 마약성 진통제는 심한 통증 조절에 사용되지만, 중추 억제 작용으로 인지 기능 저하와 졸음, 섬망을 유발할 수 있다. 노인에서는 용량 조절이 특히 중요하며, 가능한 비마약성 진통제(예: 아세트아미노펜)를 우선 선택하고, 필요시 마약성 진통제는 단기간,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결론

    노인은 약물의 흡수, 대사, 배설 기능이 모두 저하된 상태이므로,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약물도 인지 기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항콜린성 약물, 벤조디아제핀, 삼환계 항우울제, 1세대 항히스타민제 등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인지 기능 저하나 섬망, 치매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환자의 증상 변화나 행동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고, 불필요한 약물은 최소화하며, 필요시 약물 복용 내역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에게 있어서 약물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으므로, 약물의 효과뿐 아니라 그 부작용과 전신 영향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